플심, 그리고 실제로 하늘을 난다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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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늘 하면, 인류가 동경해왔던 대상이기도 하고,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공간이기도 합니다.

최근들어 지인분의 도움으로 몇차례 직접 하늘을 날아볼 기회를 얻었는데, 역시 하늘은 선택받은 사람만 받아준다는 말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 손으로 직접 날아오르기 전부터,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비행 시뮬을 통해 가상의 하늘을 접했고

이것도 어느정도 짬밥(!)이 쌓여 가상의 공간에서는 대부분의 비행기로 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스킬(!)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뭐.. 그런다고 완벽한거는 아니구요=_=)

 

실제로 비행 체험을 해보기 전까지는, 시뮬상으로 어느정도 비행이 되다보니, 실제 비행기를 몰면 혼자서도 잘 몰 수 있지 않을까+_+? 라는 생각을 간혹 했습니다만,

실기를 타본 후, 그 생각이 180도 달라져버렸습니다.

 

자동차 게임을 잘한다고 실제 자동차를 잘 모는게 아니듯, 비행시뮬을 잘한다고 비행기를 잘 모는게 아니더라구요.

실기 비행시간이 많은건 아니고 고작 몇번 타보면서 교육과정의 일부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체험해본게 전부인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 하면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계기보는법이나 기본적인 비행 지식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구요.

 

플심상에서 ATC를 아무리 잘한다 할지라도, 막상 올라가서, 비행기 조종하랴 계기체크 하랴 정신없는 상태에서는 교신도 잘 안되고

무엇보다 모니터만 보고 비행하다 보면 관성이나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데,

실기를 타면 엔진이 돌아갈 때의 진동, 엔진 소음, 선회나 고도변경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몸으로 느끼게 되다보니, 익숙해지기 까지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랍니다.

시뮬상에서는 그렇게 익숙하게 다뤘던 항공기의 조작도 소심해지구요.

뭐랄까... 자동차 게임만 하다가, 운전학원 등록해서 처음으로 장내주행 돌때의 느낌이랄까요?

 

특히나 비행시뮬을 하게되면 보통은 계기비행을 위주로 하는지라 주변 지형지물대신 계기판만 쳐다보게 되지요.

모니터라는 제한된 공간에 많은 정보를 표현해야되다보니, 계기판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오는 것도 한몫 하구요.

 

주변에서도, 플심만 하다가 처음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면 VFR인데도 계속 계기만 보게된다는 말을 종종 했고,

처음에는 계기 참고하면서 바깥 지형지물 살피는게 그렇게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은 저도 계기만 뚫어지게 보고있더라구요=_=;;;

 

플심상에서는 측풍 25노트에서도 센터 딱 맞춰서 내려가기도 하고, 측풍 이거 별거 아니네~ 하며 측풍착륙 실력을 맹신(!) 하고 있었습니다만,

실기로 측풍랜딩 하는데~ 부끄럽게도 파이널 들어올 때, 활주로 정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ㅜㅜ;

지상에서야 이론상으로는 러더를 얼마만큼 차야되고 에일러론은 어떻게 돌려야되고가 머릿속에 있는데,

공중에서 바람에 몇번 휘청 하고나면 그런거 생각 안나더라구요.

 

 

비행하면서, 그리고 지상에서 교관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지만,

당연히 짧은 시간동안의 체험비행으로는 비행술을 익히는건 무리고, 단지 실기가 이런거라는걸 체험하는 정도가 전부다 라는 것과

아무래도 시뮬하는 사람이 완전 처음 접하는 사람보다 이해도가 빠르지만, 비행시뮬에 익숙해진 그 틀을 벗어나 실제 비행에 적응하기 까지는

어찌보면 완전 처음 접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라고들 하시더랍니다.

 

결국, 시뮬은 시뮬이고, 시뮬이 아무리 정밀한들, 실제 비행의 느낌까지 주지는 못한다는 의미겠지요.

그리고 플심과 같은 시뮬을 접하다 정식 비행교육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에게서 느끼신 보편적인 특징이기도 할테구요.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정식 비행교육 과정도 아니고, 몇십분 동안의 짧은 비행 몇차례로 실제 비행의 모든걸 파악하는건 불가능하고

또, 어찌보면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가지 확실히 배우고, 다시 한번 깨달은 점이 있다면,

시뮬은 시뮬일 뿐 실제가 될 수 없고, 시뮬 잘한다고 실기를 잘 몰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위험한 생각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사실 저도 가상의 하늘, 플심상에서 나름 연식(!)좀 쌓이고 이런저런 비행기들을 몰고다닌다는데에 살짝 우쭐해있었는데

이런 제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다고 꼭 한풀 꺾여야 할 이유도 없는게, 물론 시뮬도 하면서 실기도 타보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런 기회가 흔치 않기도 하고,

직업이 아닌, 취미로서의 비행시뮬을 접하는데 있어 꼭 실제 비행에 임하듯 비행하여야 한다는 법은 없기도 하구요.

게다가 일반인이 B747과 같은 기체를 몰아볼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시뮬상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해서, 대리만족의 수단으로서도 손색이 없으니까요.

 

실제 비행은 실제 비행만의 매력이 있고, 시뮬은 또 시뮬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기에,

궁극적으로, 현실 세계든 가상 세계든,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최고가 되고, 또 만족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뮬은 실제 비행과 다르기 때문에, 시뮬을 하는 의미가 없다... 라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듯 싶습니다만...

그런 의미는 아니고, 한명의 플시머로서 플심만 하다 실기를 탔을 때의 느낌을 주절거린 정도로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위 느낌은 저만의 느낌이지, 다른 분들은 또 이와는 다른 느낌일 수도 있구요.

 

 

아무쪼록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지인분, 그리고 교관님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두서없이 주절주절 적은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

뱀다리

* * *

그래도 가끔은, 내가 타고가는 비행기의 조종사가 모두 조종 불능상태에 빠져, 내가 그 비행기를 몰고 안전하게 착륙 시키는 생각을 해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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