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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도 개통 하루 전날 밤 광주역 마지막 KTX를 보내며...

반쪽날개 2015. 4. 2. 06:00

 

 

2015년 4월 2일.

그간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왔던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었습니다.

 

개통 하루 전날인 4월 1일에는 광주송정역에서 호남고속철도 개통 관련 행사가 열렸고,

광주송정역 광장이며 대합실에는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한 사람들과 취재진들 그리고 이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간 기다려왔던 호남고속철도 개통이지만,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해 광주의 중심역인 광주역에는 이제 더 이상 KTX가 진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광주 중심에 위치해 많은 사람들이 KTX를 이용했던 광주역이 이제는 KTX가 진입하지 않는 일반 역으로 전환되는게 아쉬워,

호남고속철도 개통 하루 전날인 4월 1일 수요일 밤, 광주역에서 광주발 용산행 마지막 KTX가 출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사실, 광주역 출발 마지막 KTX를 보러 광주역에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호남고속철도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서 지인분이 내려오셨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광주역에서 KTX를 탄다고 하시길래,

지인분 배웅도 할 겸 겸사겸사 광주역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지인분이 타실 KTX가 광주발 마지막 KTX였던 터라, 광주발 마지막 KTX가 출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습니다.

 

 

 

 

 

광주송정역 인근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광주선 인근에서 KTX들을 찍은 후 광주역으로 이동합니다.

 

광주송정역은 밤 늦은 시간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각종 취재차량이 몰려 분주한 모습이었는데, 그와 반대로 광주역은 차분하다 못해 휑한 분위기였습니다.

 

 

 

 

 

대합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기차 출발시간을 기다리다 탑승 안내방송이 나오자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이동합니다.

 

지금 출발하는 열차가 광주발 마지막 KTX이고, 이제 이 열차가 떠나면 광주역에서 KTX를 이용 할 수 없게 되는지라, 역무원 분들이 조그마한 이벤트를 준비하셨습니다.

사진 속 역무원 분들은 웃고 계시지만, 이제 광주역에 KTX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아쉬워 하시는 분위기가 역력하더라구요.

 

이곳에서 역무원 분들과 열차 이용객 분들이 기념촬영도 하시구요.

 

(혹시 광주역 관계자 분 께서 이 글을 보시고, 사진이 필요하시다면 원본 사진 보내드리겠습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인데, 광주역 내에 입점하신 가게 사장님들이나 역 주변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열차 운행 횟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다음날 부터 급감할 매출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더랍니다.

매출은 곧 생계와 직결되다보니, 호남고속철도 개통 덕에 호황을 누리는 광주송정역 내 점포와는 그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지금 출발하는 열차는 광주발 용산행 KTX 618열차로, 광주역을 21시 25분 출발하여 종착역인 용산역에는 다음날 0시 27분 도착합니다.

다음 열차는 이날 광주발 마지막 열차인 무궁화호 1428열차구요.

 

저 무궁화호는 다음날 이시간에도 전광판에 표시되겠지만, KTX는 표시 되지 않겠지요...

 

 

 

 

 

1번 선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KTX 618열차입니다.

 

그동안은 타는 곳 간판에 고속열차와 일반열차 아이콘이 함께 그려져 있었는데,

이제 KTX가 들어오지 않게 되는지라 일반열차 아이콘만 그려진 간판으로 교체 되었습니다.

 

 

 

 

 

개찰구를 빠져나온 승객들이 각자에게 배정된 호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14호차 옆에서 상행 선로쪽을 바라보고 한 컷.

 

 

 

 

 

광주역 역명판과 KTX를 한 화각에 담아보기도 하구요.

 

 

 

 

 

지인분이 배정받은 호차로 이동하는 도중, 열차 탑승 위치 표지판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했더니 KTX 호차 표지가 빠져있더라구요.

 

이걸 보니, 이제 더 이상 광주역에 KTX가 진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 와닿더랍니다.

개표소에 설치된 간판도 그렇고, 플랫폼에 설치된 간판에도 고속열차 아이콘이 제거되었구요.

 

 

 

 

 

열차 출발이 임박했는지, 플랫폼에는 배웅하러 나온 사람들과 역무원 분들만이 남아 열차 출발을 기다립니다.

열차 출발 정보가 나오던 전광판도 꺼졌구요.

 

 

 

 

 

오후 9시 25분.

광주역 마지막 KTX인 618열차가 용산역을 향해 출발합니다.

 

주 기적 세번에 관제 기적 한번을 울리며 출발하더라구요.

 

 

 

 

 

광주발 용산행 마지막 KTX는 KTX 07호기구요.

 

이 모습을 끝으로 이제 광주역에서 KTX를 이용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 이후, 23시 56분에 행신(20:15)발 광주(23:56)행 마지막 KTX인 617열차가 도착하지만, 이 열차는 광주역에서 손님을 태우지 않구요.

 

 

 

 

 

광주발 마지막 KTX에 탑승한 지인분 배웅도 마치고, 저도 집으로 가기 위해 역사 밖으로 나옵니다.

 

플랫폼에서 대합실로 들어가는데, 역무원 분들이 혹시 기자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지인분 배웅 때문에 왔다고 하니, 이제 광주역에서 KTX도 못보는데 이런거 취재도 안하고 다 어디 갔냐며 하소연 하시더랍니다.

 

하긴, 역무원 분들 입장에서 볼 때 서운해 하실만도 하겠더라구요.

지금 사람들 시선이 온통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쏠려있는 탓에, 정작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해 KTX가 진입하지 않게 된 광주역은 거의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으니까요.

낮에 지인분 마중하러 광주송정역에 갔을 때는 사진 찍으러 온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 KTX를 보내기 위해 광주역에 온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광주역에서 나눠준 먹거리에는 호남고속철도 개통 관련 스티커와 함께, 4월 2일부로 개정되는 기차 시간표도 들어있었습니다.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된 후에도 광주역 발/착 KTX가 계속 운행 해주기를 바랐건만,

안타깝게도 도시 하나에 KTX 정차역 하나인, KTX 정차역 일원화 정책 때문에 결국 광주역으로의 KTX 진입이 무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KTX가 첫 운행을 시작한 이후 11년 만에 광주역 발/착 KTX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구요.

(2004년 4월 1일 KTX 운행 시작 / 2015년 4월 1일 KTX 운행 종료)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해 KTX가 운행하지 않게 된 광주역은, 열차 운행 횟수가 기존 일 20~21회 에서 일 11~12회 운행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게 됩니다.

비록, 광주역에서 KTX를 이용 할 수는 없지만, 무궁화호와 ITX 새마을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이용 할 수 있구요.

 

광주 중심에 있으면서도 KTX가 들어오지 않는데다 열차 운행 횟수가 줄어든 탓에 이용객 수가 줄어드는건 불보듯 뻔한 일이지만,

KTX의 공백을 메꿀만한 무언가로 광주역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그 날을 하루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